어부가 말하길, “무릇 성인은 사물에 구애되지 않고, 세상과 더불어 옮겨갈 수 있습니다. 온 세상이 흐린데, 어찌 그 흐름을 따라서 그 물결을 일으키지 않으며, 뭇사람들이 다 취했는데, 어찌 그 술지게미를 먹고 그 맛없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까? 무슨 까닭에 보물을 품고 보물을 쥐고서 스스로를 쫓기게 하였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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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忮不求면何用不臧이리오<論語, 子罕第九>
〈《시경》 〈웅치(雄雉)〉에〉 ‘해치지 않고 탐내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선하지 않겠는가?’ 하였다.” 하니,
“곡식으로 기구와 바꾸는 것이 도공과 대장장이를 해침이 되지 않으니, 도공과 대장장이 또한 그 기구로 곡식을 바꾸는 것이 어찌 농부를 해침이 되겠는가? 게다가 허자는 어찌 도공과 대장장이가 되어 다만 모두 자기 집 안에서 기구를 구해서 쓰지 않는가? 어찌하여 번거롭게 온갖 장인과 교역하는가? 어찌 허자는 번거로움을 꺼리지 않는가?” 〈진상이〉 말하였다. “백공의 일은 진실로 농사지으며 함께 하는 것이 불가한 것입니다.”
어부(漁父)가 말하였다. “성인은 사물에 얽매이지 않아서 세상과 함께 옮겨갈 수 있으니, 세상 사람이 모두 탁하거든 어찌 그 진흙을 휘저어 그 흙탕을 일으키지 않고, 많은 사람이 모두 취했거든 어찌 그 술지게미를 먹고 그 탁주를 마시지 않고, 무슨 까닭에 깊이 생각하고 고상하게 행동하여 스스로 쫓겨나게 되었오?”